COU
카테고리
작성일
2022. 5. 17. 04:49
작성자
도림친

2000년대의...쿠는 고등학교 때부터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같은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돈을 벌고있었어.
오늘도 마감타임이라 밤늦게까지 레스토랑에서 일하다가 이제서야 퇴근시간이 된 거야.
그래서 옷을 갈아입고 가게를 나와 설렁설렁 집으로 걸어가려 했는데 문득 신이치로가 생각이 났어. 신이치로가 자주 가게에서 밤늦게까지도 바이크를 만진다는 게 떠오른 거지.

오랜만에 신이치로 가게에 가보기로 했어, 최근엔 일이 끝나면 피곤하니 바로 집으로 향했었는데 오늘은 진상고객이 많았고, 매니저한테 혼나기도 기분이 별로라 신이치로를 만나면 조금 기분이 풀릴거라 생각했거든.

그래서 근처 편의점에 들려서 술도 사고, 담배도 사고, 간식거리도 사서 짤랑짤랑 봉지를 흔들며 걷다보니 어느새 가게 근처까지 왔어.

가게가 있는 방향을 쳐다보니 가로등만 켜진 어두운 길에 신이치로의 'S&S MOTORS'만 환하게 불이 켜져있었지.
그 가게의 불빛을 봤을 뿐인데도 기분이 좋아져서 실실 웃음이 새어나왔어.
그런 웃음을 손등으로 가려보면서 조금 더 빠른 걸음으로 가게로 걸어가 문을 열었어.



"야아~신!"

반가운 마음에 크게 나버린 목소리로 부르니,
바이크 앞에 담배를 깨작깨작 물면서 앉아있던 신이치로가 깜짝 놀라 뒤돌며 목소리의 주인공을 쳐다봤지.

"어?! 뭐야? 쿠야, 이 시간에 여긴 어쩐 일이야?"

신이치로도 갑자기 나타나긴했지만 쿠를 만난 게 반가워서 눈을 크게 뜨며 바로 일어나 쿠의 앞으로 다가왔지.

"나 오늘 마감타임이라서 지금 퇴근하다가 혹시나하고 들려봤어. 너야말로 이 시간까지 바이크 만지고 있었어? 그만하고 나랑 놀자~"

쿠는 다가온 신이치로에게 편의점 봉투를 건네면서 일 그만하고 자기랑 놀자면서 어깨동무를 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왔어.
그런 쿠에게 신이치로는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어.

"안돼, 이 바이크 내일까지 수리해야 돼."

"안돼?"

자신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쉽다는 표정을 지어보인 쿠에게 신이치로는 웃음을 참다가 갑자기 크게 웃어보였어, 그냥 한번 장난쳐 본 거였지 뭐야.

"농담이야 농담! 네가 왔는데 안된다해도 되게 해야지!"

"아 뭐야~"

"아 아야! 아파 쿠야!"

정색하면서 안된다고 했으면서 농이었다고 바꿔말하는 신이치로가 괘씸해서 쿠는 주먹으로 신이치로의 어깨를 한대 때렸어.
그렇게 투닥투닥하면서 두 사람은 가게 안 휴게실로 들어가, 편의점 봉투에서 하나둘씩 사온 것을 꺼내어 놀 준비를 했어.



"...그래서 오늘 무슨일이야? 술까지 사오고선."

쿠의 쳐진 기분을 알아채기라도 했는 지, 신이치로는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물어봤어.
쿠는 아니 오늘말이야~로 시작해서 오늘 당했던 모든 한풀이를 하며 스트레스를 풀었어.
신이치로가 옆에서 딱히 뭐라고 안 해줘도 그저 들어만 주는 걸로도 속이 풀려 기분이 좋아졌지.

그때 조용히 이야기를 들어만 주던 신이치로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근처를 뒤적거렸어.

"쿠야 잠깐만 있어봐, 너한테 줄 선물이 있어!"

"어? 뭐? 갑자기?"

"아 여기 있다, 짜잔~"

계속 뒤적거리기만 하다가 결국엔 찾아냈는 지, 신이치로가 손을 슥 내밀어보였어.
쿠가 뭐지...하고 보니까 그 애 손에는 'S&S MOTORS' 라는 글자가 박힌 아크릴 키링이었지.

"어? 뭐야! 신 네가 만든거야?"

"그래! 내가 디자인하고 뽑아봤어, 너한테 처음으로 보여주는 거야."

"오...그래서 그런가...색이 좀 촌스럽다."

"윽, 바보야 솔직하게 말하지마."

"아하하 농담이야, 진짜 기뻐 내가 처음이야~? 진짜 좋아~"

아까 자신을 놀렸던 신이치로에게 복수라도 하듯이 농담으로 장난치며 말하니까, 비평하면 서운해했다가 좋다고 하니 환해지는 신이치로의 표정에 웃음을 참을 수 없던 쿠는 푸핫하고 웃어버리며 배를 부여잡았어.



다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않고 자신이 처음이라고 말해주는 신이치로덕분에 정말정말 기분이 좋아져서 한동안 키링을 들고 계속 미소를 지으며 쳐다봤어.

신이치로도 그런 쿠의 모습에 뿌듯하기도 하고 되려 기분이 좋아지고, 이렇게나 좋아해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지.

"쿠야 이제 기분은 좀 어때, 괜찮아졌어?"

"어? 그걸 말이라고 해? 당연히 네 덕분에 엄청 좋아졌어.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 지 다 잊어버렸어~...고마워 신."

두 사람의 미소로 훈훈한 분위기로 마무리되고 본격적으로 술파티를 시작했어.
술에 취해 가게에서 자고가는 것도 좋고, 신이치로의 집으로 가 하룻밤 묵는 것도 좋겠지.

++

사노 가에서 하룻밤 묵게되면 그 다음날 아침, 사노 할아버지가 늦게까지 숙취해있는 두 청년의 등짝 한대씩 때려주시는 거야.

"네놈들은 커서도 말썽인 게냐!"

"아파! 할아버지!"

"아야! 죄송해요!"

+++

쿠는 신이치로에게 받은 가게 이름이 박힌 그 키링을 수년의 시간이 흘러도 계속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어.

가방 속이든, 옷 주머니 속이든, 집 어딘가의 서랍이든.

너무나도 소중해서 깨지지 않게, 망가지지 않게.

먼 미래에서는 왜 하나밖에 받지않았을까하고 그리워했으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