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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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2. 5. 3. 05:30
작성자
도림친

쿠, 그날 신이치로랑 같이 그 가게에 있었다는 설정도 좋아하지만 그다음 날에 따로 알게 되는 것도 좋아요.



2003년 8월 14일 오후 12시.

쿠는 어제 레스토랑의 마감 타임이라, 밤늦게 끝났기 때문에 집에 도착하자마 푹 자고 일어났어요.
다행히 오늘은 휴일이었는데 생각해보니 어제 신이치로가 만지로에게 선물할 바이크를 다 손 봤다고 자랑할 테니까 놀러 오라고 했었던 거예요
.


그래서 피식 웃어버리고선 쿠는 나갈 준비를 서둘렀어요. 점심시간이니까 가는 김에 같이 점심식사라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신이치로의 가게로 걸어가면서 도시락 가게에 들려, 신이치로가 늘 먹던 도시락이랑 자신이 좋아하는 도시락도 샀어요.


룰루랄라♪ 기분이 좋아져서 신나게 걸어가는데 신이치로 가게 앞에 사람들이 좀 많은 것처럼 느껴지지 뭐예요?


그래서 무슨 일이지? 하고 쿠가 좀 더 가까이 다가갔는데, 폴리스 라인이 쳐져있는 게 보였어요.

그 순간 휴대폰 진동이 막 오는데 사노 할아버지의 전화예요,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어요.

"이 가게 주인이 어제 강도에게 맞아서 살해당했대."

"범인이 어린 청소년들이래."

쿠의 손에서 끊임없이 느껴지는 진동과 대화 소리에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고, 쿠의 머리 속은 점점 새하얘졌어요.

쿠가 신이치로와 먹기 위해 사 왔던 도시락이 든 비닐봉지는 어느새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고 있었어요.



쿠는 그 순간 옛날 자기 가족들의 화재사고가 오버랩이 되어요.

1994년 8월 중학교 여름방학 때 쿠는 신이치로, 타케오미, 와카사, 케이조와 함께 1박 2일 여행을 가기로 했었어요.
여행 당일 아침, 가족들에게 다녀오겠다고 인사한 뒤 친구들과 아주 재미있는 여행을 보냈죠.

여행이 끝나고 쿠는 친구들과 다음날 점심때에 동네에 다시 돌아오고 친구들에게 내일 보자 하고 헤어진 뒤, 동생들한테 줄 선물을 두 손 가득 들고선 신나게 집으로 걸어갔는데 집에 가까워질수록 뭔가 이상한 거예요.

이상한 낌새에 집으로 빠르게 달려가 집 앞으로 도착했는데 집이 새까맣게 태워져 있고 폴리스라인이 쳐져있는게 보였어요.

그 순간 휴대폰 진동이 막 울리는데 신이치로나 타케오미 또는 경찰의 전화예요,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어요.

"새벽에 이 집에 불이 나서 가족 모두가 대피도 못하고 죽어서 나왔대."

"근데 그 불이 인위적으로 누군가 낸 화재래."

쿠의 손에서 끊임없이 느껴지는 진동과 대화 소리에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고, 쿠의 머리 속은 점점 새하얘졌어요.

쿠가 사랑하는 동생들에게 주기로 했던 선물들은 쿠의 손을 벗어나 이미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어요.



쿠는 신이치로 가게 앞에 그대로 멈추어 서선
옛 일들이 지금 상황과 함께 겹쳐지면서 숨이 가빠지고 자기의 어딘가가 망가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옛날도 지금도 이 순간이 꿈이길 바랬어요.